춥고 고달픈 삶, 사랑의 품에 안기니 희망이 됐다…'렌트' [리뷰]

입력 2023-12-10 14:57   수정 2023-12-10 14:58


커튼콜이 끝나고 무대 막이 닫히면 유독 관객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 있는 공연이 있다. 사랑의 힘과 가치를 묵직하게 일깨워주는 뮤지컬 '렌트'의 이야기다. 가난과 아픔, 절망까지 고달프기만 한 청춘들의 삶이 희망으로 변하는 과정은 치열한 듯 담담해 보는 이들을 더욱 울컥하게 만든다.

'렌트'는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린 작품으로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했다. 브로드웨이 천재 극작가 겸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1989년 '라보엠'을 예술을 창조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키고자 극작가 빌리 아론슨과 의기투합했다.

뮤지컬로 변모한 '렌트'는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 주변 친구들의 모습을 각 캐릭터에 녹여냈다. 공연은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여 흥행에도 성공했지만, 정작 조나단 라슨은 개막 하루 전 대동맥 박리로 돌연 세상을 떠나 이를 두 눈으로 보지 못했다.

'렌트'를 관람하지 않았더라도 극에 나오는 넘버와 대사를 익숙히 아는 이들이 많다.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넘버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와 1년 365일을 분 단위로 환산해 52만5600분으로 표현하며 매 순간 사랑하자고 말하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등이다. 아낌없이 사랑하고 드러내며 지금을 소중히 살아내자는 메시지가 깊고 진하게 청춘들의 마음에 닿은 덕분이다. 실제로 브로드웨이에서도 비주류층이었던 젊은 관객을 사로잡았고, 국내에서도 대학교 공연으로 숱하게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집세를 낼 돈이 없는 와중에 사랑하는 연인까지 빼앗겨 겨울이 유독 추워진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크, 에이즈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곡을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음악가 로저, 역시나 죽음을 눈앞에 둔 클럽 댄서 미미와 거리의 드러머 엔젤까지 캐릭터마다 각자의 사연과 아픔이 짙다. 1막에서는 이들의 이야기와 만남이 그려지고, 2막에서는 관계성에서 비롯된 갈등과 상처 그리고 이를 봉합하는 사랑의 힘에 대한 서사가 이어진다. 청춘이 지닌 젊음과 자유의 분위기가 사랑과 연대의 이야기로 흐르는 구조가 감동을 배가한다.

메시지만큼이나 극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음악이다. 무대 한편에 키보드·기타·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록 밴드가 함께 오르는데 록, 알앤비, 탱고, 발라드, 가스펠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넘버를 펼쳐내 작품을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넘버는 물론 대사까지 노래로 소화하는 송스루 뮤지컬인 '렌트'에 완벽한 포인트를 주는 생동감 있는 장르 변주를 느껴볼 수 있다.

무엇보다 '렌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따뜻함일 테다. 작품 내 사랑 전도사로 여겨지는 엔젤이 연인 콜린과 부르는 '아 윌 커버 유(I will cover you)'는 강력한 포근함으로 모든 편견을 깨부순다. 전 출연진이 일렬로 서 '시즌스 오브 러브'를 다시 한번 부르는 커튼콜까지 놓쳐선 안 된다.

공연은 내년 2월 25일까지 서울 coex신한카드artium에서 계속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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